주말 아침, 소파에 누워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다 보면 이상한 우연을 자주 마주친다. 한 채널에서는 의사가 나와 관절이나 혈관 건강을 이야기하고, 채널을 돌리면 바로 옆 홈쇼핑에서 방금 그 프로그램에 나온 것과 똑같은 성분의 건강식품을 팔고 있다. 나도 이걸 몇 번 겪고 나서 “이게 정말 우연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찾아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우연이 아니라 건강식품 연계편성이라는 이름까지 붙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공식적으로 실태조사를 하는 방송 관행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 연계편성이 정확히 무엇인지,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방송에 속지 않고 건강기능식품을 고르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정리해봤다.
방통위가 정의하는 연계편성은 지상파·종합편성채널의 건강(기능)식품 소개 프로그램과 인접한 시간대에, 홈쇼핑 채널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 편성 방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건강 정보 프로그램 → (1시간 이내) → 같은 성분 상품을 파는 홈쇼핑” 이 짝지어 편성되는 구조다.
이런 연계편성 방송은 신기하게도 거의 비슷한 흐름을 탄다.
한 매체의 실험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광고대행사에는 채널·방송 제목·노출 시간·협찬 금액이 정리된 표가 존재했고, 협찬주가 원하는 소구점에 맞춰 인터뷰 대본까지 준비되는 경우도 확인됐다. 방송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광고에 가까운 구조인 셈이다.
2026년 3월에는 한 방송인이 운영하는 다이어트 제품 브랜드를 둘러싸고 연계편성 의혹이 불거졌다. 지상파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특정 성분의 체중 감량 사례가 소개된 시점과, 같은 성분이 든 제품이 홈쇼핑에서 판매된 시점이 맞물렸다는 지적이었다. 해당 방송인은 결국 “판단이 부족했다”며 사과문을 올렸고, 홈쇼핑·방송 연출 과정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례는 연계편성이 유명인의 개인 브랜드와도 얽힐 만큼 흔한 구조라는 걸 보여준다.
“에이, 그래도 방송에 자주 나오진 않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숫자를 한번 보는 게 좋다. 방통위가 2022년 7월 방송분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지상파 2개 채널과 종편 4개 채널의 건강정보프로그램 51개에서 총 447회 방송된 내용이 홈쇼핑 17개 채널에서 754회나 연계편성됐다. 판매된 건강(기능)식품은 53개였고, 그중 가장 많이 연계된 상품은 단백질(163회), 그다음이 유산균(148회), 콜라겐(70회) 순이었다.
요일별로 보면 토요일 아침에 건강식품 연계편성이 가장 자주 발생했고, 평균 편성 횟수는 17.8회, 가장 몰리는 시간대는 오전 6시~7시로 나타났다. 주말 아침 채널을 돌리다 이상한 우연을 느꼈다면, 그건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그 시간대에 연계편성이 가장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방통위 상임위원의 발언이다. 시청자는 방송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그 신뢰가 허위·과장 광고를 전파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에는 연예인이 의사와 함께 출연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취재에서는 광고대행사가 보유한 협찬 금액표가 마치 식당 메뉴판처럼 채널·프로그램·노출 시간별로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협찬 수익, 홈쇼핑 입장에서는 방송의 신뢰도를 빌린 광고 효과, 광고주 입장에서는 홈쇼핑 주요 시간대 판매 기회까지, 세 주체 모두에게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구조라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연계편성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상시 감시 체계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방통위 실태조사도 특정 기간(한 달 안팎)에 한정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그 기간이 지나면 연계편성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국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협찬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지만, “연계편성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어서 근본적인 해결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세 주체 모두에게 손해가 없는 구조이다 보니, 자율규제만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여러 취재에서 공통으로 지적된 부분이다. 결국 이 구조를 알아채고 걸러내는 몫은 시청자, 즉 소비자에게 넘어와 있다.
건강식품 연계편성 여부를 떠나, 건강기능식품을 고를 때는 방송 노출 빈도가 아니라 아래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포장에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이 마크가 없다면 법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 식품으로 분류된 제품일 수 있다.
방송에서 소개된 성분명을 그대로 검색해, 실제로 어떤 효능·효과가 식약처 고시 기준으로 인정된 원료인지 확인한다. “관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같은 식약처 표준 문구와, 방송에서 나온 과장된 표현(“완전히 좋아진다” 등)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홈쇼핑 특가는 대부분 방송 시간에만 적용되는 한시적 가격이다. 같은 성분·같은 함량 기준으로 다른 채널이나 온라인몰의 가격과 비교해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건강 정보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방송에 나왔으니까 믿을 만하다”는 생각과 “홈쇼핑에서 같이 팔길래 진짜인가 보다”는 생각이 겹쳐지는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 다음에 주말 아침 채널을 돌리다 비슷한 패턴을 발견하면, 이 글에서 정리한 체크리스트를 한번 떠올려보길 바란다.
(참고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건강정보프로그램·홈쇼핑 연계편성 점검 결과 발표 : 디지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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